물가 폭등하는데…쌀 사들여 가격 더 높이겠다는 정부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입력 2022-04-27 08:39   수정 2022-04-27 08:54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는 27일 더불어민주당과 당정협의에서 쌀 시장격리를 결정했다. 쌀 가격이 떨어지고 있으니 정부가 수매해 가격을 높여달라는 농민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물가 급등으로 일반 국민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쌀 가격을 높이는 조치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쌀 가격도 과거 평균 가격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쌀값 2년 전보다 5% 비싼데도…"시장격리 하겠다"
쌀 시장격리는 공급 확대 또는 수요 부족으로 쌀 가격이 급락할 경우 농가의 생산기반 보호를 위해 정부가 특정 가격으로 남는 쌀을 수매해 보관하는 조치다. 지난해 쌀 생산량과 수요 예상량은 약 27만톤 가량 차이가 났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지난 1월 2021년산 쌀 20만톤을 수매해 격리하기 시작했다. 현재 약 14만4000톤이 격리된 상태다. 그외 초과 수요량 7만톤에 대해서는 추후에 매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당정협의에서는 쌀 시장격리를 추가로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쌀이 농가 소득과 농촌 경제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가치를 엄중히 생각해 시장안정을 위한 추가 시장격리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쌀값 안정은 명실공히 문재인 정부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이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차 격리에도 불구하고 산지 재고가 많고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쌀 소비가 감소하면서 쌀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산지의 쌀값 하락폭이 확대되면서 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당정협의에서 추가격리 방침을 확정하면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쌀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쌀 수매 조치는 양곡관리법에 규정돼있다.현재 가격과 생산량 규모는 양곡관리법상 수매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쌀 값은 전년 대비로는 하락했지만 최근의 평균가격에 비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쌀 20kg 평균 도매가격은 4만9260원이었다. 1년 전에 비해 16.1% 값이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작년 쌀 값이 비정상적으로 비쌌던 탓이다. 5년간의 평균 가격을 감안한 평년 가격(4만6907원)보다는 5.0% 높은 수준이다. 2년 전 가격 4만6900원에 비해서도 비싼 상태다.
물가 부담 어쩌나
더 큰 문제는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국민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쌀값을 부양하는 조치는 특정 직역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이익을 저버리는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통계청이 이달 초 발표한 3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가 4% 넘게 오른 것은 2011년 12월(4.2%) 후 10년3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0월 이후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다 지난달 4%대로 올라섰다.

외식물가는 더 무섭게 뛰고 있다. 지난달 외식 물가는 6.6% 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월 7.0% 이후 23년11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품목별로는 생선회(10.0%), 치킨(8.3%) 등의 상승폭이 컸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외식 소비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국제 곡물 가격 상승과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분 누적으로 재료비가 오르면서 외식 물가가 크게 뛰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부터 외식업체의 원가 부담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우유 가격이 업체별로 5~6%가량 오르면서 우유를 원재료로 한 치즈와 버터, 제과류와 빙과류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소주와 맥주 가격은 올해 초 출고가가 인상됐다. 대부분 식당은 소주나 맥주 가격을 병당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렸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달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밀 가격은 최근 5년 평균 대비 137.7% 뛰었다. 옥수수는 102.1%, 콩은 72.0% 상승했다.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는 이를 반영해 외식 가격을 높이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60계치킨은 일부 메뉴 가격을 이달부터 1000~2000원 인상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 등 커피회사들도 가격을 올렸다.

가공식품 물가도 6.4% 올라 2012년 4월(6.5%) 이후 9년1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빵 가격이 9.0% 오르며 가공식품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업체별로 보면 롯데제과가 이달부터 대표제품 ‘빼빼로’ 가격을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월드콘’ ‘설레임’ 등 아이스크림은 18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렸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 ‘햇반’ 가격을 1년 만에 다시 인상했다. 햇반 210g 가격은 1950원에서 2100원으로 8%가량 올랐다.

쌀 시장격리를 추가로 진행해 쌀값이 올라가면 외식과 가공식품 물가는 한차례 더 크게 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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